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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소식

 
작성일 : 10-12-28 00:00
[박정석] 파푸아뉴기니 생활 일기
 글쓴이 : 김태정 선교사
조회 : 17,217  
푸른 하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12월


파푸아뉴기니에서 맞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입니다. 온 우주의 창조주께서 죄에 빠져 절망 가운데 있던 우리를 위하여 아들 예수님을 선물로 보내주신 복된 이 날을 여러분들과 함께 감사 드리며 축하하고 싶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복된 성탄 되세요!”

기도해 주신 덕분에 저희는 6주간의 마을 생활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여전히 지네가 천정에서 떨어지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지보다 모기약을 먼저 챙기고 바퀴벌레를 걱정해야 했지만 여러 분들의 기도에 힘입어 지난번 방문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은 한결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더욱 확실하게 느꼈던 것은 사단이 저희가 이곳에 머무르는 것을 미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가며 그가 얼마나 저희를 겁주어 물러나게 하려고 애쓰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의 기도를 사용하셔서 저희를 끝까지 보호하셨고 하나님의 기
뻐하시는 일을 이루셨음을 믿습니다. 저희 마을의 상황과 여러분들의 기도가 어떻게 일했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저희의 마을 일기 가운데 일부를 적습니다.

10월29일

마을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비행장에서 마을까지 차로 1시간여 걸리는 길인데 오늘은 4시간 이상이 걸렸다. 근래 들어 우기 때 보다 비가 더 많이 와서 길이 온통 진흙 길인 데다가 차가 너무나 낡아서 한번에 10분 이상을 가지 못하고 가다가 서다 가를 반복했다. 자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운 진흙 길 위에서 차가 헛바퀴를 돌고 나가지를 못하면 동승했던 청년들이 모두 내려서 나뭇가지를 잘라 바퀴 밑에 깔고 뒤에서 밀어야 했다. 그러면 차는 겨우 5분여를 가다가 다시 서기를 수십 차례나 반복했다. 한번은 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나무를 잘라 받치고 손으로 나사를 풀고 자전거용으로나 쓸만한 손 펌프로 바람을 넣고 다시 출발하기까지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숲길에서 차가 멈추어 버릴까 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 아이들을 업고 모기를 쫓으며 밤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쉬지 않고 기도를 계속했다. 집 앞까지 차로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10월30일

하루 종일 청소를 했다. 두고 갔던 옷가지며 그릇, 책들은 모두 바퀴벌레가 점령하고 있었다. 틈이 하나도 없는 통에 넣어두었던 것들만 온전했다. 가스 렌지 덮개를 열자 수백 마리가 넘는 큰 개미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짐을 넣어두었던 방에는 벌들이 곳곳에 집을 지어놓고 드나들고 있었다.

11월5일

‘마타’마을에 목재를 만드는 대형 톱(루카스 밀)이 와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과 남편이 가서 가져왔다. 바퀴 달린 본체는 몇 사람이 같이 밀고, 길이가 3-4m 되는 쇠기둥들은 한 사람이 하나씩 어깨에 지고 왔다. 지난 번에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버린 바로 그 톱이다. 이번에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보내주셨다. 수고한 사람들을 불러서 저녁을 대접했다.

11월6일

된장국물에 밥만 말아 먹더니 아이들이 둘 다 혓바늘이 돋았다. 강에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 철이라 하길래 생선을 많이 먹게 될 줄 알고 식료품을 부실하게 챙겨왔더니 먹을 게 없다. 비가 많이 와서 고기가 안 잡힌다고 한다. ‘마리’목사님이 과제로 주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다 번역해 놓았다고 해서 놀랐다. 이런 예는 선배들에게서도 들은 바가 없는데… .

11월8일

기대치 않았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번역해 놓았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점검을 해야 다만 몇 부 라도 인쇄를 해서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은 ‘번역 점검’과 ‘언어 공부’를 겸해서 하기로 했다. ‘마리’목사님이 번역한 공책은 다른 마을의 번역자가 빌려갔다고 한다. 결국 성경 번역 위원회 위원들과 의장, 번역자가 모두 모여서 처음부터 번역을 다시 했다. ‘라와’ 목사님은 아침 8시부터 와서 종을 치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며 준비를 하신다. 중간에 30분간 쉬는 시간을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15절 가량 번역을 했다. 마을 사람들의 열심이 대단하다.

11월9일

‘라와’목사님네 밭에 다녀왔다. ‘얌’ 심는 것을 구경도 하고 어설프게 돕기도 했다. 지금은 ‘얌’을 심는 시기라서 다들 바쁘다. 마을 사람들의 3분의 2 이상이 밭에 가서 살고 있다. 오후에는 드디어 ‘대형 톱’을 움직일 수 있는 기사가 왔다. 다른 사람은 ‘마타’마을에 가서 ‘나무를 자르는 톱(체인 소)’를 빌려왔다. 기도한 대로 아무도 우리에게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후부터 남편은 장이 뒤틀리고 가스가 차고 아프다고 한다.

11월10일

아침부터 남자들은 나무를 자르러 가고 여자들은 우리 집 지을 터에 얌, 바나나 등을 심는다고 모여서 일했다. 대형 톱에 나사가 빠졌다고, 건전지가 충전이 덜 되었다고, 나무 자르는 톱이 작동이 안 된다고… 가지가지 문제가 터지더니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일을 시작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휴-하나님 감사합니다!

11월14일

마을을 찾아온 낯선 방문객이 있었다. 그 청년은 자신을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소개하며 교회에게 전할 경고의 말씀이 있다고 했다. 남편은 목사님들을 찾아 다니며 설득하려 애썼지만 끝내 우리 마을의 번역자인 ‘마리’목사님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청년의 이야기를 듣게 했다. 성경번역 위원회에 속해있는 목사님들 모두 이 청년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설교를 들으러 가겠다고 한다. 남편은 무척 마음이 상했다.

11월16일

‘모어헤드’에 다녀온 남편이 콜레라 소식을 가지고 왔다. ‘다루’에서 시작된 콜레라가 인근 지역에 퍼지고 있으며 ‘모어헤드’지역은 예방 조처로 모든 학교 문을 닫고 사람들에게 이웃집도 방문하지 말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콜레라는 아주 심각한 것으로서 일단 감염이 되면 5시간 동안 앓다가 7시간째엔 죽게 된다는 소문이었다. 우리는 따로 물탱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마을 사람들과 같은 시내에서 씻고 같은 곳에서 길러 온 물을 마시기 때문에 누군가 감염된 사람이 있으면 우리도 위험해질 수 있다.

11월20일

‘라와’목사님에게도 우리에게도 소위 ‘오른 팔’역할을 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이번에 와서 그가 두 번째 부인을 맞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때문에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고 가정에서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둥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사단이 우리의 한쪽 팔을 꺾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다.

11월23일

시온이가 사다리를 내려오다 사다리와 함께 떨어졌다.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한쪽 팔만 살짝 까졌다. 하나님께 감사! 초저녁에 마을 길을 걷던 남편이 뱀을 밟을 뻔 했다. 컴컴했지만 길을 분별할 수 있는 상태여서 손전등을 켜지 않고 걷고 있었다는데 무심코 손전등을 켜자 바로 앞에 기다란 뱀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부지중에도 하나님이 지키심에 감사!

11월30일

마을 청년이 한 노인을 죽이려고 마을 회의를 열었다. 그 노인이 주술을 걸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으니 자기도 그 노인을 죽여야겠다는 것이었다. 산 너머 산이라더니 이제는 주술과 살인의 문제에 휘말려 들겠구나 생각하니 심란하다. 파푸아뉴기니 전역에 퍼져있는 이 문제가 여기도 예외가 아닌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라와’목사님의 말에 의하면 마을 마을마다 노인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까지도 주술을 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도할 제목이다.

12월8일

출발 시간이 지나도록 비행장으로 타고 갈 트럭이 오지 않았다. ‘7시에는 출발을 해야 ‘구밤’비행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모어헤드’ 비행장은 풀이 너무 많이 자라서 비행기가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먼 ‘구밤’까지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차를 타고도 세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걸어가서는 도저히 그날 비행기를 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냥 앉아서 비행기를 돌려 보낼 수는 없었다.

남편은 차편을 구하러 ‘모어헤드’로 자전거를 타고 가고 난 아이들과 함께 두 시간을 걸어 ‘마타’마을까지 나갔다. 거기서 트럭을 구해오는 남편을 만나 ‘구밤’까지 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타고 온 것은 ‘구밤’까지 갈수 없는 큰 트럭이었다. ‘모어헤드’의 모든 차가 고장이 났고 단 한대 남은 차는 30여 만원이라는 큰 돈을 당장에 요구하기에 빌릴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구밤’비행장에 연락을 해서 혹시 비행기가 ‘모어헤드’로 올 수는 없겠느냐고 우리는 그곳으로 갈 수가 없다고 요청을 해 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구밤’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모어헤드’는 이미 폐쇄된 비행장이었다. 그리로 비행기가 올 리가 만무했다. 풀이 너무 자라 이착륙이 위험한 곳이었다. “오늘 비행기는 못 타는 것으로 하고 ‘구밤’에 가서 다른 날 올 비행기를 기다리자.”모기장도 깔개도 이불도 없이 낯선 마을에서 며칠을 지낼 수 있을지, 음식은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곳에만 비행기가 올 수 있다.

그런데 차에 올라 타려는 순간 머리위로 비행기가 지나갔다. “모어헤드 방향이다!”사람들이 소리쳤다. 믿을 수가 없었다. 트럭을 타고 비행기를 뒤쫓아 달리면서 나는 흐느껴 울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낯선 파푸아뉴기니 사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었다. “엄마, 엄마가 우니까 나도 슬퍼져.”아들이 울먹울먹 한다. ”괜찮아. 이건 좋은 눈물이야. 이제 안심이 돼서 우는 거야.”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롬 8:28)”이번 마을 생활 내내 저희가 꼭 붙잡고 있던 말씀입니다. 바라고 기대하던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앞을 가로막는 문제 앞에서 이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역사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연말연시입니다. 동역자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새해에는 더욱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선택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운 형편 중에도 주를 생각함으로 저희 사역에 재정과 기도로 동참하여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기도제목
감사
1.6주 동안 지네와 뱀, 안전 사고, 콜레라, 각종 위기 상황으로부터 지켜주심을 감사
2.성경번역 위원회의 모든 사람들이 열심으로 협력함에 감사
3.크리스마스 이야기’와 ‘부활절 이야기’를 번역할 수 있었음에 감사
4.마을 집을 지을 때 바닥에 깔 목재를 준비할 수 있었음에 감사
5.기적과 같이 비행기를 ‘모어헤드’에 보내주시고 안전하게 이착륙 시키심에 감사

간구
1.마을에 비행장이 생기도록. 지역 관리의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2.모어헤드 비행장의 풀이 제때에 깎여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3.마을에 두고 온 짐이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4.번역한 이야기를 인쇄해 갈 때 ‘나마’언어 지역 모든 마을에서 유용하게 쓰이도록
5.번역 위원회가 약속한 대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모여 누가 복음을 번역하도록
6.자른 목재가 잘 마르고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7.마을 사람들이 약속한 대로 다음 방문 전까지 우리 집을 지어 주도록
8.각 마을의 교회들이 바른 믿음을 지키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자라도록
9.‘발루스’가 가족에게 성실하고 다시 하나님을 충성스럽게 섬기도록
10. 각 마을마다 주술이 사라지고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는 사람들 되도록
11. 모아온 언어 자료로 공부할 때 지혜를 주시도록
12. 교회와 개인 후원자들의 삶에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이 함께 하도록
13. 기도와 재정으로 협력하는 개인과 교회를 더 주시도록

여러분과 함께 파푸아뉴기니를 섬기는

박정석, 권선영, 희원, 시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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