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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소식

 
작성일 : 10-04-25 00:00
[이종대]아내선교사 브각마을 방문기
 글쓴이 : 김태정 선교사
조회 : 17,918  
사랑하는 동역자님


좋은 계절에 문안드립니다.

이번 편지는 아이들의 학교 때문에 예전처럼 자주 마을에 들어갈 수 없는 안선생이 겨울방학과 봄 방학 때 마을에 들어가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줌마, 우리 선생님은 뭐해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어.”
“그런데 저 노래 소리는 뭐에요?”

젊은 번역자들은 수업을 마치면 이층에 올라와 함께 경건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육관 마당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들 중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이층에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면서 왜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해 합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28년 전 저의 모습을 생각나게 합니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참석하지 않으면 보고서를 써야 했기 때문에 그것이 귀찮아 대강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시간 숙제를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지만 왜 설교를 듣고 노래를 불러야하는지 차츰 궁금해졌습니다. 그 궁금증은 교회로 가는 것으로 이어졌고 나중에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오토바이와 차 소리가 요란합니다. 아이들이 오는 소리입니다. 깨끗한 옷을 입고 큰 가방을 메고 교육관에 들어오면 가방은 계단에 던져놓고 선생님들이 올 때까지 놉니다. 나무 가지를 잡고 언덕을 올라가는 아이, 구슬 놀이를 하는 아이, 흙장난을 하는 아이.... 좁은 공간에서 그들이 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여덟 시에 시작하여 열한 시까지 공부를 하는데 중간에 간식 시간이 있습니다. 깨끗한 도시락 통에 한 쪽은 밥 다른 한 쪽은 국물 없는 라면, 부모의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의 요구로 일주일에 3일 했던 수업을 5일 하고 있는데 자식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시골이나 도시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전에 젊은 번역자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이든 번역자들은 글을 모르는 어른들을 가르치고 있는 동안 다른 번역자들은 영어성경과 구약성서 배경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모두 성경번역을 합니다. 번역자들의 하루는 가르치고 배우고 번역하는 일로 버거울 수 있습니다. 저는 번역자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번역자들과 저희 부부, 서로 부족한 모습을 보며 함께 깨어지고 다듬어져왔던 시간이 십여 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그들은 어디에 가든지 신앙생활을 하며 믿음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맡겨진 아이들은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스도 사랑을 증거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주 사역은 브각부족과 관련된 것입니다. 성경번역, 제자훈련, 유아원, 노인학교, 브각어사전과 문해교육을 위한 소책자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을의 필요로 인해 도서관과 컴퓨터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컴퓨터 교실에 브각아이들보다 다른 부족 아이들이 더 많이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에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로 그들 중 많은 아이들이 읽고 쓸 줄을 몰라 기본학습반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부모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와서 이곳 팜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신분은 농장에서 보장해주어 문제가 없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정규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이곳에서 일을 해도 자녀들은 본국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을 위해 자식들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가정은 없습니다. 부모들이 짬을 내어 자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큰 아이들은 농장으로 데려가 돈을 벌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들이 배울 기회가 있다면 놓치고 싶지 않겠지요. 그 시설이 어떠하든 자격있는 교사이든 아니든 아이들이 가서 배울 곳이 있다는 것이 이들 부모에게는 위로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아이들은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실력이 쑥쑥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교사들이 말을 듣지 않고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장난만 치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칸막이로 막은 작은 교실 안에 열두세 명씩 옹기종기 앉아있으면 우리 반 선생님 소리보다 옆 반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더 잘 들릴 때가 많아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그들은 부모가 가라고 해서 이곳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어 안타깝고 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는 교육 환경이 그리 좋지 않고 충분히 관심을 써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물과 과자를 주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정에서 나온 것이지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닙니다. 순간적인 동정으로 무언가를 베푸는 것은 결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4년 전, 예우의 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예우의 성적이 나쁜 것은 잦은 결석 때문이니 학교를 빠지지 말라”는 말을 들은 후 저는 학교 방학 때만 마을에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이 선생님과 함께 마을에 가려고 했습니다. 몇 차례 예우와 보우는 도시에 남겨놓고 도우만 데리고 마을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들어선 두 딸들에게 엄마로서 제 역할을 접어둘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저런 계획을 구상해봅니다. 우리집 아이들과 마을 아이들의 방학이 다르기 때문에 그 때를 이용해서 예우와 보우와 함께 그들을 위한 특강을 해볼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상품을 줄까,…….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간의 행사는 항상 행사로 끝나버리기가 쉽습니다.

회교를 믿는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말레이어, 브각어, 영어, 산수 그리고 컴퓨터의 기본 지식을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전도하거나 성경을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회교국가인 이 나라에서 늘 주시하고 있는 일이기에 자칫 성경번역을 비롯한 모든 사역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르쳐 그들이 복음을 향해 마음을 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임을 교사들의 어깨에만 지울 수는 없습니다.

매일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들은 실비아나, 앤, 크리스티나(유아원교사)로 20대의 젊은 번역자들입니다. 번역자가 아닌 교사도 있는데 컴퓨터를 가르치는 쥴입니다. 그는 17세의 어린 나이이고 신앙이 깊은 편이 아니기에 염려가 됩니다. 때때로 30대의 번역자들인 자야, 모니카, 빼나, 애니아, 아이팀이 가르치기도 합니다. 이들 교사들이 사랑을 품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기를 지속적으로 기도할 때 뚱구마을의 조그만 교육관에 다니는 아이들이 변화하리라고 믿습니다.

겨울에 가지만 앙상했던 나무가 지금 신록의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섬기시는 교회와 가정 위에 주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 드립니다.

2010년 4월 23일

사바에서,

이종대, 안미숙, 예우,보우, 도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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