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3월 9일 귀국하기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주말 이틀 꼬박 집안 대청소를 하며 짐 정리를 했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집중하여 집안 정리를 할 수 있어서 기도해 주시는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월 22일
오늘은 미얀마 기독교인들이 전국적으로 하루 금식을 선포하고 기도하는 날이다. 우리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오늘이 숫자 2가 5개 들어 있는 날이라 (2021년 2월 22일) 하여 대규모 시위를 행할 예정이다. 1988년 민주화 시위 때에는 숫자 8이 4개 들어 간 날로 (88년 8월 8일) 기억 하듯이 시위 날짜도 미얀마 사람들이 숫자에 믿음을 반영하는 듯 하다.
이 나라의 빠른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중에 이 땅에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부담을 갖고 기도하게 하셨다. 이들이 수천년 동안 어두운 영에 사로잡혀서 평생을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2월 28일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기를 더해가고 희생자도 날로 늘어간다. 19살, 20살의 젊은이들… 아침에 나가며 잘 다녀 오겠다며 인사하고 나간 자식들이 시체로 돌아왔다며 통곡하는 부모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거의 모든 관공서와 은행들이 문을 닫은 지가 한달이 다 되어간다. 관공서 직원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출근하지 않고 시위 현장으로 나가 있기 때문이다.
3월 9일행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일주일 짐 정리하고 대청소 하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예전 같으면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꼬박 일해도 괜찮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한번에 끝내지 못하고 한편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조금씩 할 수 있는대로 하고있다. 막상 꺼내 놓고 보니 왠 짐이 이렇게 많은지. 이제는 버려야만 하는 것들…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먼지를 털고 세탁하여 다시 집어 넣고 만다.
3월 3일
현지인 동료들이 자신들 주변 골목에서 총성이 들린다고 전해온다. 어제부터는 우리 집 근처에서도 총성이 들린다. 시내 주요 시위 현장에만 있던 군인과 경찰들이 오늘은 시내 전역에 흩어져서 골목에까지 시위 주동자들을 쫓아가 체포하고 구금하는 등 동네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다.
여기 아파트 정문도 굳게 닫아 놓고 모래주머니로 방어벽을 쌓아놓았다. 오후에는 청년들이 위성방송 접시 안테나를 여러 개 구해 와서는 검은 페인트를 칠해서 시위 때 쓸 방패로 준비하고 있었다. 저 방패로 총탄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형국이 어떻게 될지… 우리가 미얀마를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안정된 모습을 보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 72시간 전에 코비드 검사를 해야한다기에 오늘 오전에는 이곳 저곳에서 관계된 정보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오후에 우리 나라의 중앙 방역대책 본부에서 ‘미얀마내 의료시스템 마비로 검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미얀마 발 내국인 입국자에 한해서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를 한시적으로 제외한다'는 대사관 통보가 한인회 카톡방을 통해 전해져 왔다. 출국 전 마지막 숙제가 이렇게 해결되니 너무 감사하다.
저희는 기본 생활과 치안에 별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이 속히 타결 방안들이 만들어 지기를 원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손광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