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밤 8시
오늘 밤으로 4일째, 밤 8시가 되면 주민들은 모두 집 안에서 냄비 뚜껑 등 온갖 두드릴 수 있는 것들을 두드리며 30분가량 시위를 한다. 다같이 거리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주로 집에서만 소리를 낸다. 총과 권력을 가진자들이 무서워 이렇게 나마 소리를 낸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자유’가 어떤 것인지 더 절실해 진다. 나도 한 5분간 냄비 뚜껑 두 개를 양손에 잡고 집안에 불을 다 꺼놓고 소리를 내 보았다. 속이 시원해졌다. 코로나와 국가 비상사태로 이어져 지쳐있던 마음에 생기가 도는 듯 했다.
세상의 권력은 자신들의 힘을 행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차단한다. 전화와 인터넷 선을 막고 또도로를 막았다. 하늘 길도 막았다. 주민들이 자유를 달라는 소리를 낼 때 나는 손을 하늘 향해 높이 들고 소리 높여 기도한다. “주님, 이 나라를 긍휼이 여기시며 구원하여 주소서!” 이 나라의 영혼들을 위해 평소에 많이 기도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누구나 자신의 소리가 있다. 표현할 자유가 있다. 이렇게 라도 자신들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의 압력으로 인해 누군가가 소리를 못 낸 상황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나도 앞으로 더 내 소리를 내면서 살 것이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힘 닿는 대로 돕고 싶다.
2월 6일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모든 인터넷이 끊어졌다. 어제 지역선교회 대표는 혹시 인터넷이 끊길 것을 대비해서 ‘시그널’을 다운받으라고 권했다. 다운받아 놓기는 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번 기회에 좀 쉴 수 있겠네’ 라는 기대도 있었다. 와이파이가 없는 예전의 세상이 그리운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모든 인터넷 연결이 단절되고 보니 적어놓은 메일이 안 나가고 카톡 메시지도 들어오지 않는다. 자유로울 것 같은 마음에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하지!’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다하더라도 연락이 끊기면 우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동역자들이 염려 할 것이 걱정이다. 주님만 바라보고 하늘로 가는 기도의 줄을 더 잡아야 할 시간이다. 진작에 이런 구조로 삶을 살았어야 하는데 요즘 여러 개로 뻗어있는 수 많은 선에 마음을 빼앗기고 집중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이 안타깝다. 주님의 긍휼을 바랄 뿐이다.
2월 7일 오후 2시 20분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었다. 외부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 큰 길에서는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브리서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