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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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의 편지

 
작성일 : 18-06-17
그 나무 아래 1
 글쓴이 : 강신욱 목사
조회 : 6,304  


이 글은 2018년 4월 8일 저의 사임의사를 발표하면서 열왕기상 19:3-8을 본문으로 "그 나무 아래"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던 설교문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나누어 올립니다.

 


서론

우리교회는 담임목사에 대해 6년 임기 신임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도에 신임투표가 있었으므로 6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신임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담임목사인 제가 신임투표를 기권하려고 합니다.

이 말은 곧 제가 임기를 다한 남서울평촌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성도 여러분들께 너무 갑작스런 말씀을 드려서 많이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제 말씀을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를 사임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조금 독특하게 들리시겠지만 세 번째 이유부터 거꾸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를 사임하려는 이유 세 번째는 탈진입니다.

- 담임목사는 안정적으로 설교사역을 해야 하며, 성찬식과 학습세례입교식을 집례하고, 당회를 평안하게 진행하고, 평신도 양육을 통해서 리더십을 계속 세워야 합니다.

또한 성도 가정을 심방하고 애경사를 챙기며, 다음세대 교육방향을 세우고 교역자들이 그 방향으로 잘 가도록 격려하고 점검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교회를 대표하여 선교단체와 구제기관의 방향설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이 모든 일들을 의욕적으로,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 가정을 심방해야 되는데, 저 분을 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저 일은 중요한 일인데, 저 일을 챙겨야 하는데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교회를 십 년 이상 다니신 분들은 제가 어떻게 목회를 해왔는지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또한 지금 제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속적인 목회적 돌봄이 있으면 잘 회복되실 것 같은 분들인데, 꾸준한 만남과 양육이 있으면 신앙적으로 잘 성장하실 분들인데 저의 무기력으로 방치되는 것 같아 너무 괴롭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딸들이 아빠, 오셨어요하면서 안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딸들을 밀어내며 아빠, 피곤하다그러고는 방에 들어가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내는 딸들이 상처받을까봐 아빠가 너무 피곤하셔서 그래라고 변명해 줍니다.

이제는 딸들도 아빠가 너무 피곤하셔서...”를 먼저 말합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들을 위해 그 나이 또래에 필요한 아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안에 모든 전등이 꺼지고 가족들이 다 들어가면 깜깜한 거실에 나와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2년 전부터 자주 이러는 저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너무 힘들어 합니다.

작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해 다시 안정제를 종종 먹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 대해서 거짓험담을 하던 사람들도 다 나가고 저를 괴롭게 하는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제 신상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장로님들이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특별히 어떤 부분이 아주 불편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먹고 싶은 것이 별로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태초에 여섯 째 날 사람이 창조된 후 처음 한 일은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사람에게 첫 날은 일곱 째 날이었고 그 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안식이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도록 생명의 질서를 만드셨습니다.

타락한 인간은 그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욕심대로 행하고, 노예에게는 쉼없는 노동을 요구했습니다.

하나님은 노예로 살다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주시면서 안식을 명하셨습니다.

안식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라는 계명보다 우선되는 계명입니다.

이스라엘이 안식년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바벨론 포로를 통해서라도 그 땅을 쉬게 하셨습니다.

이런 성경의 원리를 가르치는 목사인 제가 실제로는 안식을 하지 못했습니다.

충성이라는 명목하에 성실히 일했지만 실상은 목회를 안정적으로 잘 하려는 제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몸과 마음이 상했고 이제는 저를 겸손히 돌아보며 질서에 순종하는 기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제가 담임목사를 사임하려는 이유 두 번째는 회의입니다.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마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성경과 역사를 근거로 특정시대와 특정지역에서 건전한 목회방향을 정하고 성도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고 함께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목회방향을 상실하고 목사로서의 제 역할에 대한 회의에 빠졌습니다.

작년 초에 저의 고등학교 동창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구리 어느 대학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30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들 30여명을 만났습니다.

얼굴이나 몸매가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저 외에 단 한 명도 예수님을 믿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목회를 하고, 교회와 주변 목회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제 동창 한 명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 못했다는 빚진 마음이 들었습니다.

- 대뜸 선한 목자에 대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 있는 양 아흔 아홉 마리를 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길 잃은 아흔 마리의 양을 버려 두고 우리에 있는 열 마리의 양을 관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현재 목회를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목사님들을 비난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도 열심히 목회를 잘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불시에 찾아온 목회와 신앙과 인생에 대한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제 설교 중에 몇 번이나 이 고민을 나타냈습니다.

성경을 보고, 역사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찾았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하고 괴로움에 빠져 있습니다.

- 반복되는 일상이라 여기며 익숙한 대로 반복할 수 있겠지만 양심상 너무 불편합니다.

현재 교회는 여러 면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꾸준히 새가족들이 오고 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성도들이 많이 있고, 다음세대를 위한 구체적 대안들이 계속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조타수에게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선장과도 같습니다.

지금 탈진하고 회의에 빠진 목사가 아니라면 남서울평촌교회는 여러 여건들이 좋아서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지역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제가 계속 담임목사직을 한다면 남서울평촌교회는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남서울평촌교회와 성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성숙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를 사임하려는 이유 첫 번째는 순종입니다.

제가 담임이 될 당시 저는 전임사역을 마치고 공부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도 중에 하나님은 제게 담임에 대한 확신을 주셨고, 제가 건축을 해야 할 것까지 알려 주셨습니다.

저는 공부할 것을 포기하고 담임이 되었으며, 선친은 오랫동안 그것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저 역시 아쉬웠지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감당했습니다.

담임으로서 건축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담스러워 외부적 다른 증거를 원했습니다.

하나님은 3년만에 그 증거를 주셨고, 저는 그 때에도 피하지 않고 순종했습니다.

탈진증상이 2016년도에 찾아왔습니다.

그 전까지 어린 나이에 담임이 되고, 그 뒷수습을 하고, 건축을 하고, 분립개척을 하는 동안 심신의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가정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심한 무기력증에 빠졌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말씀이 없었기에 담임목사직에 순종했습니다.

안양시기독교연합회의 임원도 맡으면서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역도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국에 모범사례로 발표된 드림스타트 가족여행입니다.

목회에 대한 회의는 2017년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다른 사인이 없었기에 장애인단체인 경기밀알선교단의 이사를 맡아서 더 일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기도를 시작하면서 제 안에도 인간적인 변명과 걱정이 생겼습니다.

탈진증상이 있어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20년 내내 열심히만 할 수 있는가, 힘들면 좀 쉬면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다른 목회자들로부터는 여전히 부지런히 사역한다는 평가를 듣지 않는가

그냥 여기서 은퇴할 때까지 있어도 되지 않은가

저에 대해 거짓험담을 하고 저를 담임목사 자리에서 몰아내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임을 한다고 하면 그들의 비웃음과 조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교회를 지키려고 참고 견뎠던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 억울했습니다.

좀 모자라도, 오기로라도 자리를 지키며 목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합니다.

담임을 그만두면 적지도 않은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됩니다.

이런 변명과 걱정이 있었던 저는 하나님께 두 가지를 원했습니다.

내부적으로 제 마음에 확신을 주실 것과 외부적으로 제가 객관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증거 한 가지를 원했습니다. 길고도 힘든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로 넘어오는 시기에 하나님은 이 두 가지 응답을 다 주셨습니다.

이전부터 그랬듯이 저의 변명과 걱정꺼리에 연연하지 않고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심신의 탈진도 이유가 될 수 있고, 목회에 대한 회의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저에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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