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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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의 편지

 
작성일 : 17-02-27
필리핀에서...
 글쓴이 : 강신욱 목사
조회 : 5,228  



저는 지난 2월 13일부터 16일까지 안양목회포럼이 주최하는 필리핀 선교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안양목회포럼은 2009년부터 안양지역에 있는 7개 교단 12명 담임목회자가 목회와 신학주제에 대한 책도 읽고 토론도 하는 공부모임입니다.

다들 교회에서 선교를 하고 있고 특히 필리핀에 선교사를 파송하거나 선교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지역교회가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지역개발 사역을 하고 계시고 우리교회 협력선교사이신 배석범 선교사님이 "4차 산업혁명과 선교"라는 주제로 발제를 해주셨고,

발제 후 참여하신 목사님들과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지만 세상풍조에 방법론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한 사람이 중요하며, 한 사람을 다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참 제자를 삼는 것이 변할 수 없는 선교의 방향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필리핀 방문에서 또 하나 독특한 점은 각 교회의 협력선교사의 사역현장을 같이 방문해서

교제하고 격려하고 현장의 설명을 듣고 기도한 것입니다.

그 중 두 곳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번째 장소는 안티폴로 지역의 빈민가입니다.

현지 사역팀이 빈민가로 들어가 작은 빈터에 휴대용 소형 앰프를 설치하면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손에 그릇같은 것을 들고 온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역팀이 빈민들을 위한 스프를 끓여가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이나 사기 밥그릇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머그잔이나 네모진 냉장고 용기,

심지어 먹고 난 컵라면 용기를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뒤에는 아이들을 앞세운 엄마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먼저 현지 사역팀이 찬양을 합니다.

빈민가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이 원래 사용하는 따갈로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찬양 후에 짧게 복음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한국에서 온 손님으로 짧게 하나님 사랑을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외국에서 온 저를 신기한 듯 바라봤습니다.


드디어 아이들과 엄마들이 기다리던 시간이 왔습니다.

닭, 양배추, 당근, 마카로니, 크림을 넣고 끓인 스프를 담은 큰 통이 그들 앞에 놓이자 줄을 섰습니다.

뜨거운 스프에 데일까봐 스테인레스 컵이나 컵라면 용기를 가져온 아이에게는 주의를 주며 최대한 많이 담아주려 했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얼른 먹고 다시 줄을 서서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큰 냉장고 용기에 스프를 잔뜩 받아온 아이를 보며 좋아하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큰 통의 스프가 모두 비워졌습니다.


또 한 곳은 안티폴로 경찰서의 유치장입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마약사범을 무조건 검거하여 교도소가 아주 붐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교도소도 구치소도 아닌 경찰서 유치장이었는데도 붐비고 있었습니다.

약 20평 정도 되는 곳에 약 260명이 수용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녀방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워낙 좁고 더워서 별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너무 좁아 짐을 놓는 선반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누워 있었으며 심지어 화장실에도 빽빽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짧게 복음을 전하고 준비해 온 스프와 빵을 나눠주었습니다.

유치장에 있는 그들에게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주먹밥을 먹을 수 있는 식사비를 주지 않으면 굶는다고 합니다.

몸을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붙어 있는 그들에게 1회용 종이용기에 스프를 담아 주었습니다.

놀란 것은 밖에서 보던 경찰들도 뒤에서 이 스프를 받아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놀란 것은 이들의 아주 온순한 태도였습니다.

한국에서 교도소 사역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소자들의 거친 눈빛과 태도에 눌린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좋은 눈빛과 낯빛과 태도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궁금해서 이들이 왜 들어왔는지, 어떻게 태도가 온순할 수 있는지 선교사님께 질문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에 제 마음이 더욱 아팠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마약을 하다가 들어왔는데, 이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는 쾌락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라는 겁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고, 밤새 일하기 위해 마약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숙소 옆에 건설현장이 있었는데 밤새 공사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났습니다.

까비테 지역에 있는 신학교를 방문하러 가던 길에 알라방 지역을 지날 때 보았던 큰 저택들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복음과 함께 당장 먹을 것을 함께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복음은 관념이나 마음의 진통제가 아닙니다.

복음은 내세의 소망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가치와 질서를 바라보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우리도 좀더 복음으로 바로서기를 힘써야겠고, 복음으로 이웃사랑에 더 힘써야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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