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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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의 편지

 
작성일 : 16-12-12
탄핵정국에 대하여
 글쓴이 : 강신욱 목사
조회 : 4,317  

이 글은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 10일 금요기도회에서 설교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만들고 국정을 농단한 증거가 드러났습니다.

정경유착의 비리를 통해 특정인에게 부당한 특혜와 이익을 주고 그 피해를 본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세월호 참사같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대통령의 행적은 비밀에 부쳐졌고 겨우 한다는 변명이 올림머리하다가 늦었다고 합니다.

권력의 시녀라는 별명이 붙은 검찰이 다른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공범사실을 적시할 정도입니다.

대통령은 분명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담화는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했고,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들의 권력지키기에 급급했습니다.

참다못한 국민이 일어났고,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을 선택했던 사람들도 실망과 배신감에 촛불을 들었습니다.

서울에만 100만 명이 넘고, 전국에서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늘 이런 집회에는 폭력과 흥분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지만 철저하게 비폭력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많은 인원들이 집회장소 주변을 정리하고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주말의 촛불집회는 2002년 월드컵을 응원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국민집회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4%를 밑돌고, 당장 퇴진해야 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습니다.

더 이상 대통령을 감쌌다가는 자신의 정치생명도 위태롭다고 여겼는지 여당에서도 대통령의 탄핵을 말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2016년 12월 9일 예상보다 많은 여당 국회의원들의 찬성 속에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대통령의 탄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성경 사사기 19장 이하에 보면 아주 어이없는 일이 나옵니다.

에브라임 지경에 사는 한 레위인이 첩을 취합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법도를 드러내며 가르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레위인이 첩을 취하다니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첩이 음란히 행하고 집을 떠나 친정인 베들레헴으로 갔습니다.

레위인은 베들레헴으로 가서 며칠 시간을 보낸 후 그 첩을 데리고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밤을 지내야 할 형편이 되자 하인들은 가까이 있는 여부스 성에 들어가자 했습니다.

당시 여부스 성은 다윗에게 함락되기 전이었으므로 여전히 가나안 족속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레위인은 그래도 동족이 있는 베냐민 지파의 기브아 성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기브아 성에 들어갔을 때 한 노인이 이들을 맞아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밤에 기브아 성읍의 불량배들이 그 집을 에워싸고 레위인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 레위인과 동성애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집 주인인 노인은 시집가지 않은 딸과 레위인을 첩을 줄테니 그들을 욕보이더라도 레위인과의 동성애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창세기 19장 소돔과 고모라에서 일어났던 장면과 아주 유사합니다.

강포와 동성애로 인해 불과 유황으로 심판을 받아 지상에서 사라졌던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상이 이스라엘의 성읍에서 반복된 것입니다.

 

불량배들이 그래도 듣지않자 레위인은 자기 첩을 문밖으로 내주었습니다.

불량배들은 그 여인을 밤새도록 윤간했고, 그 여인은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레위인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여인의 시체를 토막내어 요단 동편과 요단 서편의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게 보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지파들은 이스라엘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분개하였고, 베냐민 지파를 징벌하기 위해 40만 명의 군사들이 모였습니다.

베냐민 지파는 돌이키지 않고 2만 6천 명의 군사를 소집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벧엘에서 하나님께 전쟁을 해야 하느냐고, 누가 선봉에 서야 하느냐고 여쭙기까지 했습니다.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선봉에 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첫 날 전투에서 오히려 이스라엘 병사 2만 2천 명이 전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울며 이 전쟁을 해야 하느냐고 다시 여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전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날 전투에서 다시 이스라엘 병사 1만 8천 명이 전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다시 울면서 금식하며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며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하나님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을 해야 한다고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세 번째 다시 전투를 하게 되었을 때 이스라엘이 크게 승리하고 베냐민 지파는 2만 5천 명 이상이 전사하여 베냐민 지파는 거의 멸족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다음부터입니다.

이스라엘은 대승을 거두었다고 승리를 기념하는 잔치를 열고 전리품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다시 벧엘에 모여 하나님 앞에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하루종일 울며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어찌하여 이스라엘에 이런 일이 생겨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한 지파가 없어지게 하시나이까?”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사실 그것은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동족간에 서로를 죽이도록 싸웠는데 이긴들 그게 무슨 승리가 되겠습니까?

베냐민 지파에 소돔과 고모라에 일어났던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온 이스라엘의 일이었습니다.

베냐민 지파와 동족전쟁을 하느라 이스라엘의 남자 4만 명이 죽었습니다.

베냐민 지파에서도 2만 5천 명의 남자가 죽어 베냐민 지파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이스라엘 12지파 중 한 지파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그것을 알았기에 승리의 잔치가 아니라 눈물과 탄식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가나안땅의 음란을 답습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연약함을 고백하고,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인도하시기를 구했습니다.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었습니다.

솔직히 경제규모 10위권 민주국가의 권력핵심부에서 벌어진 일들은 국가의 수치입니다.

그런 일들을 저지른 자들은 모두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우리가 이겼다고 자축하기 민망한 일입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방문을 닫고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싸움이 되지 않기를 간구했습니다.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나고 하나된 국민들의 마음이 이제 다시 나누어지지 않기를 구했습니다.

영남도 대한민국이고, 호남도 대한민국입니다.

영남없는 대한민국이나 호남없는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보도 대한민국이고, 보수도 대한민국입니다.

진보없는 대한민국이나 보수없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촛불집회의 집행부가 누구와 누구의 투쟁으로 몰아가는 것이 불편합니다.

100세에 이르신 어르신들이, 부모의 손을 붙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이 싸움구경을 하러 나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드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신 것을 믿는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벧엘에 다시 모여 기도한 이스라엘의 태도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은 먼저 하나님 앞에 현재의 모습을 솔직히 고백하며 탄식했습니다.

베냐민만의 문제로 핑계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했습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도 바로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애국가 후렴가사에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셔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렇게 혼란한 시점에 다시 우리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 온 국민이 함께 만세를 부를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시기를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 대한민국의 미래와 소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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