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평촌교회
HOME > 커뮤니티 > 목회단상

담임목사의 편지

 
작성일 : 16-11-17
수능고사일 전에...
 글쓴이 : 강신욱 목사
조회 : 4,282  


오늘은 수능고사일입니다.
우리교회에서 올해에도 20명의 수험생들이 응시합니다.
지난 주일예배시간에 수능전날 공부도 안될테니 수요예배에 나오면 안수기도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전에는 시험당일 부모를 위한 기도회도 없앴습니다.
부모와 자녀들이 수능에 매달리고 난데없이 그날 시험시간에 맞춰 기도하는 것이 신앙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숨쉴 틈 없는 무한경쟁에 시달리며 힘들게 살아온 우리 자녀들을 인생선배로서 경험으로, 목사로서 신앙으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학생들 못지않게 지치고 긴장한 부모님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요일 오전 순장모임에도 수험생 엄마가 몇 분 계십니다.
그 중에는 물론 재수생도 있습니다.
자녀의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감기가 걸려서 걱정이라며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졌습니다.
건강하던 아이도 시험에 대한 긴장으로 두통이 생기는데 감기를 앓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정도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수험생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아멘 소리가 커졌습니다.


수요예배때 수험생 한 명이 나왔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특히 수능수험생으로 수요예배를 나온 적이 없는데 갑자기 나오려니 어색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예배후에 성도들과 인사를 마치고 빈 예배당 뒷편에 마주 앉았습니다.
먼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편한 대답이 돌아올 리 없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을 보던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시험을 보다 보면 이 따위 몇 장의 종이로 내 인생이 평가되고 진로가 결정된단 말인가 싶어 짜증과 분노가 올라올 것이다.
다른 수험생들과 같이 시험을 보지만 동질감은 느끼지 못하고 극도의 외로움이 찾아올 것이다.
심한 긴장에 두통이 올 수도 있고, 오후가 되면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후에 그 스트레스와 울분을 폭발시키듯 발산하게 된다.
그런데 너는 그러지 말아라.
스트레스와 울분이 있지만 네 이성의 통제 아래에 두어라.
수능이 아니라 수능후 일탈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시험 전후로 기도해라.
네 불안과 고독과 분노와 슬픔, 그리고 솔직히 시험을 잘 치고 싶은 마음을 하나님께 아뢰라.
예수님의 이름을 불러라.
평소에 별로 부르지 않았더라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아이의 머리에 안수하여 기도했습니다.
이 아이의 마음에 하나님을 신뢰함과 평안을 주시도록.
수능점수가 아닌 하나님이 인생을 인도하심을 의지하도록.
해외출장중이라 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비의 마음도 위로해 주시도록.


기도 후 아무도 없는 예배당을 나가는 그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시험 잘봐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으로 수요예배에 참석한 그 아이 뿐만 아니라 어색함에 나오지 못한 모든 수험생들이 좋은 결과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 885 (비산동) TEL. 031-383-4765 ㅣ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안석원
Copyright by Namseoul Pyongchon Presbyterian Church. All Right Reserved.